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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선택만 하려다가 오히려 아무것도 못 고르는 상황, 혹시 지금 그 한가운데 있지는 않습니까? 호치민에 사는 친한 친구가 AI로 인해 갑자기 일자리를 잃으면서 연락을 해왔는데, 직업도, 도시도, 나라까지 다시 골라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제가 1년 반을 퇴사 앞에서 망설이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선택을 못 하는 이유,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선택 장애의 진짜 원인: 실패 회피 심리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친구들을 자주 만나게 됐는데, 모이기만 하면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는 자리가 되곤 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가 바로 이런 거였습니다. "기획팀에 있는데 상사가 영업팀으로 가보라고 하네. 자신 없는데 그냥 퇴사하고 이직해야 하나?" 선택지는 세 가지입니다. 부서를 옮기거나, 퇴사하거나, 아예 창업을 하거나. 분명히 보이는데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몇 달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그 자리에 있어봤기 때문에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실패 회피 심리(Loss Aversion), 즉 이득을 취하려는 욕구보다 손실을 피하려는 심리적 편향이 훨씬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실패 회피 심리란 같은 크기의 이익과 손실이 있을 때 손실에 훨씬 크게 반응하는 인간의 본능적 경향을 말합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정립한 개념으로, 그는 이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출처: Nobel Prize).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면,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게 아니라 최악의 결과를 피하려는 마음이 우리를 붙잡아두는 겁니다. 제 경우엔 퇴사를 고민할 때 "만약 프리랜서로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공포가 매일 반복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1년 반 동안 고민만 하면서 잃은 것들이 실제 실패로 잃었을 것들보다 훨씬 컸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미래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의사결정 이론(Decision Theory)에서는 불확실성 하에서의 선택을 다룰 때 기대 효용(Expected Utility)을 극대화하는 방향을 제안합니다. 기대 효용이란 각 선택지가 가져올 결과에 확률을 곱해 계산한 가중 평균적 만족도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미래의 확률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최선처럼 보이는 선택이 5년 뒤에도 최선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 선택이 어려운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실패 회피 심리라는 인간의 본능 때문입니다
- 미래는 어떤 선택을 해도 완벽히 예측할 수 없으므로 '정답 찾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게임입니다
- 고민하는 시간 자체가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즉 그 시간 동안 포기한 다른 가능성이 됩니다
결정 장애 극복: "까짓거 해보지 뭐"의 힘
제가 결국 퇴사를 결심한 건 어떤 대단한 확신이 생겨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어느 날 "이러다가 평생 못 나가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전부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확신이 생기면 선택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확신 없이 선택했더니 그다음 길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친구에게도 똑같이 말했습니다. 일단 고르라고. 어느 나라든, 어느 직종이든, 일단 하나를 고르고 거기에 전력을 다해보라고. 많은 사람들이 "베스트 앤서를 골라야 한다"라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미래에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선택의 질보다 선택 이후의 태도가 결과를 만든다는 게 제 경험상 맞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으로 설명합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특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개인의 믿음을 말하는데,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연구에 따르면 이 믿음은 선택 이전에 생기는 게 아니라 행동을 시작한 이후에 강화됩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쉽게 말해, 움직여야 자신감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제가 퇴사 후 프리랜서 아티스트로 2년을 살아보니, 이 길에도 분명한 단점이 있습니다. 불규칙한 소득, 사회 보험의 공백, 사회적 트랙에서 벗어난 느낌. 그런데 반대급부로 생긴 것도 있습니다. 온전한 자유, 스스로를 돌볼 여유, 그리고 어떤 상황도 내가 감당할 수 있다는 자기 신뢰(Self-Trust)입니다. 자기 신뢰란 외부 기준이나 타인의 평가와 무관하게 자신의 판단을 믿고 따르는 내면의 힘을 의미합니다. 이건 고민하는 1년 반 동안에는 절대 생기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게 다 정신 승리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어차피 모든 길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데, 단점에 집중하면 어느 길에 있든 후회만 남습니다. 에디슨도 수천 번의 실패를 통해 전구를 만들었습니다. 선택이 틀렸다고 느껴질 때야말로 그 길에서 얻을 수 있는 게 가장 많은 순간일 수 있습니다. 가시밭길이라도 일단 흙을 고르고 나아가다 보면, 그 길만의 꽃이 핍니다. 제가 경험해 봤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선택을 빨리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충분한 정보 없이 고르면 더 후회하지 않나요?
A. 정보 수집에 쓸 수 있는 시간에는 실질적인 한계가 있고, 미래에 대한 완벽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정보를 더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길어질수록 실제로는 실패 회피 심리가 작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본적인 사실 확인이 끝났다면 그 이상의 정보 수집은 결정을 미루는 합리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어떤 선택이든 괜찮다고 하는데, 그럼 선택의 기준은 아예 없어도 되나요?
A. 기준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그 기준이 남의 시선이나 사회적 트랙이 되어선 안 된다는 뜻입니다. 돈이 중요한지, 자유가 중요한지, 안정이 중요한지 본인의 가치 우선순위를 먼저 큰 얼개로 정해두면, 그 안에서 A를 고르든 D를 고르든 방향 자체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가치 기준 없이 남의 기준으로 고른 선택이야말로 나중에 후회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Q. 선택한 뒤 정말 잘못된 길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그 길에서 배울 것을 다 배웠다면 다른 선택을 내리면 됩니다. 선택은 한 번으로 끝나는 시험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잘못된 선택"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반드시 거기서만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걸 가지고 다음 선택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이번 생이 끝난 것처럼 느껴져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Q. AI 때문에 직업을 잃은 경우처럼 강제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도 같은 방법이 통하나요?
A. 오히려 강제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일수록 이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선택지가 무한할 때 고민도 무한해지기 때문입니다. 외부 충격으로 하나의 문이 닫혔다면, 그 충격이 선택지를 좁혀주는 역할을 한 셈입니다. 호치민 친구의 상황도 결국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고, 저는 그게 오히려 더 빠른 출발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정리하면, 선택 장애는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패 회피 심리라는 뿌리 깊은 본능과, 정답이 있을 거라는 환상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제가 1년 반을 고민 끝에 결국 배운 건 하나였습니다. 어차피 고민한다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선택 이후에 전력을 다하는 것만이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다면, 내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먼저 확인하고, 그 얼개 안에서 하나를 고르고, 일단 움직여 보기를 권합니다. 가시밭길에도 꽃은 핍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습니다.
참고 : 인생의 어려운 결정을 쉽게 내리는 법
https://www.youtube.com/watch?v=i28-9tFwr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