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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수학 문제집을 혼자 풀다가,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서 멈춰 선 적이 있었습니다. 해답지를 펼치면 30초면 끝날 일인데, 저는 왜인지 그게 싫었습니다. 그 고집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는데, 학력도 집안도 아니었습니다.
해답지를 덮어두던 아이들의 이야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수학 문제집을 푸는 방식은 아이마다 확연히 달랐습니다. 교과서 범위 안에 있는 문제들은 대부분 무난하게 풀었지만, 교과서 밖에서 살짝 비틀어진 문제가 나오는 순간 갈림길이 생겼습니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곧장 뒷장의 해답지로 손이 갔고, 상위권 학생들은 자리를 박차지 않고 계속 그 문제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전교 10등 안에 드는 최상위권 아이들은 한술 더 떴습니다. "해답 먼저 보면 재미없잖아요."라는 말을 태연하게 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아이들한테는 어려운 문제를 붙드는 게 고통이 아니라 게임의 레벨을 깨는 것과 같은 쾌감이었던 겁니다.
이 차이가 단순한 공부 습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훨씬 근본적인 것과 연결돼 있습니다. 바로 '메타인지(Metacognition)'입니다. 여기서 메타인지란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스스로 파악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해답지를 먼저 보는 행동은 이 메타인지 훈련을 원천 차단합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도 전에 답만 외우고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출처: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연구에서도 자기조절학습 능력이 높은 학생일수록 장기적인 학업 성취도와 직무 수행 능력 모두에서 우위를 보인다는 결과가 확인된 바 있습니다.
- 상위권: 막혀도 스스로 단서를 조합하며 끝까지 시도
- 중하위권: 막히면 즉시 해답지로 확인 후 넘어감
- 최상위권: 풀리지 않는 문제 자체를 즐기는 태도
몰입이 만들어내는 문제해결의 근육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흔히 성공한 사람들이 특별한 유전자나 환경 덕분에 앞서나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가 주변에서 관찰한 결과는 달랐습니다. 서울대 출신이든 지방 소도시 출신이든, 나중에 일터에서 실제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에게는 딱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막혔을 때 혼자서 파고드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몰입(Flow)'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헝가리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정의한 이 개념은, 어떤 활동에 완전히 빠져들어 시간 감각조차 잃어버리는 최적의 집중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밥도 잊고 화장실도 잊을 정도로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는 그 순간입니다. 출처: 미국심리학회(APA)에 따르면, 이 몰입 상태는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니라 '적절한 난이도의 도전'을 스스로 해결하려 할 때 가장 잘 유도된다고 합니다.
조수미 씨가 세계적인 성악가가 된 것도, 이승엽 선수가 눈 위에서 배팅 연습을 하다 손에서 피가 날 정도로 훈련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두 사람의 사례는 유전자나 운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처절한 몰입의 반복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제가 이 사례들을 접했을 때 느낀 건, 그들이 특별히 태어난 게 아니라 특별히 집중해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주어졌을 때, 해답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사람과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는 사람의 차이는 결국 이 몰입 경험의 축적량 차이였습니다. 수학 문제를 30분, 한 시간, 때로는 며칠씩 붙잡았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사회에 나와서도 해설지부터 찾게 됩니다. 그 해설지가 상사의 지시이고, 기존의 관행이고, 남의 선례입니다.
오늘의 태도가 10년 뒤 자리를 결정한다
제가 사회생활을 통해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엔 이게 위로처럼 들렸지만, 사실 이건 경고에 가깝습니다. 경쟁자가 없다는 건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자리에 안주하기 쉽다는 함정이기도 합니다.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가 제시한 이 개념은, 자신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뜻합니다. 이 자기효능감은 화려한 성공 경험보다 작은 도전을 스스로 극복해낸 반복 경험에서 더 강하게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붙들고 혼자 풀어낸 그 작은 성취가, 실은 자기효능감을 조용히 키우고 있었던 겁니다.
능동적 직무 수행(Proactive Work Behavior), 즉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행동 양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대기업 30대 중반 직원들이 퇴사 권유를 받는 핵심 이유와 정반대에 있는 태도입니다. 하기 싫은 과목도 밥을 굶어가며 공부했던 사람이라면, 그 자기 절제와 몰입의 습관이 직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고용주 입장에선 이런 사람이 당연히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우엔, 초등학교 때의 그 수학 문제집 고집이 훗날 낯선 업무를 맡았을 때 혼자 버티는 힘으로 이어졌다고 느낍니다. 그때 해답지를 덮어두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조금 달랐을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부를 못했던 사람도 나중에 성공할 수 있나요?
A. 제가 관찰한 바로는, 학창 시절 성적보다 '어떤 태도로 어려운 상황을 버텼느냐'가 훨씬 중요했습니다. 수학을 못했더라도 어떤 분야에서든 막힌 문제를 혼자 끙끙대며 풀어본 경험이 있다면, 그 몰입 근육은 사회에서도 작동합니다. 성적표가 아니라 태도의 기록이 남는 겁니다.
Q. 해답지 보는 게 나쁜 건가요? 효율적이지 않나요?
A. 해답지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문제는 순서입니다. 충분히 고민하기 전에 해답지로 손이 가는 습관이 반복되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힘 자체가 길러지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20분이라도 혼자 버티고 나서 해답지를 보는 것과 3분 만에 펼치는 것은 나중에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만들어냅니다.
Q. 사회생활에서 몰입 능력을 지금이라도 키울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몰입(Flow)은 어릴 때만 형성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 하는 일 중에서 남에게 묻기 전에 혼자 30분이라도 먼저 파고드는 연습을 반복하면 됩니다.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 자기효능감이 올라가고, 자기효능감이 올라가면 더 어려운 도전도 스스로 찾게 됩니다.
Q. 꾸준히 하는 것과 열심히 하는 것, 뭐가 더 중요한가요?
A. 저는 이 둘을 굳이 나누지 않는 편입니다. 다만 '열심히'라는 말이 단기 폭발에 가깝다면, '꾸준히'는 낮은 강도라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화려하게 시작하고 사라지는 사람보다 조용히 계속하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가 있었습니다.
결론
초등학교 5학년의 저는 해답지를 덮어두는 게 고집인지 전략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먼저 보기 싫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작은 습관이 메타인지를 키우고, 몰입을 훈련시키고, 자기효능감을 쌓는 과정이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사회는 해답이 없는 문제를 매일 던집니다. 그 앞에서 혼자 버티는 힘은 결국 어디서 옵니까. 어릴 때 해답지를 덮어두고 끙끙댔던 시간에서 옵니다. 지금 당장 거창한 변화가 어렵다면, 오늘 하나의 문제 앞에서 10분만 더 버텨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 10분이 쌓이면 달라집니다.
참고 : 1년 후에 성공하고 싶다면, 이 영상을 보세요 | 정승제 동기부여 모음
https://www.youtube.com/watch?v=qXD9mH8I2N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