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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중학교 때 한 선생님의 말씀을 꽤 오래 '진리'처럼 믿었습니다. 세상의 틀에 갇히지 말라는 말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말이 저를 자유롭게 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명분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태도에 관한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방관자 교육이 남긴 것
중학교 1학년 때 과학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수업보다 대화가 많았고, 아이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셨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실 때마다 뭔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학 못 가면 미개한 족속 취급하는 세상에 스스로를 묶지 마라"는 취지의 말씀이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로 해방감 같은 게 있었기 때문이었죠.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구속에서 벗어나라고 하셨지만, 벗어난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씀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나중에야 깨달은 개념이 있는데, 바로 '행위자성(Agency)'입니다. 행위자성이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나가는 주체적 의식을 뜻하는 개념으로, 단순히 외부 구속을 거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에는 구속 거부는 있었지만, 행위자성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결과는 금방 나타났습니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 여럿이 그 말을 일탈의 면죄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지켜봤는데, 그 친구들 대부분이 '세상이 나를 옥죄는 거니까 나는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는 논리를 완성해버렸습니다. 그 논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니 그 선생님은 자신이 세상과 적당히 거리를 두며 살아온 방식을, 마치 저항의 미학처럼 포장해서 전달하신 것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을 교육학적으로는 '소극적 방기(Passive Neglect)'라고 부릅니다. 소극적 방기란 학생의 성장 가능성을 외면한 채 갈등을 회피하고 현상 유지에 머무는 교육 태도를 말합니다. 세상이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과, 그 불합리함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저는 그 차이를 꽤 오랜 시간을 돌아온 뒤에야 이해했습니다.
세상을 이해하기 전에 세상을 무조건 편견의 눈으로 보는 태도는, 결국 자신의 가능성도 함께 닫아버립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과, 그럼에도 그 세상에서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은 충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시에 가능한 일입니다.
- 세상의 불합리함을 인식하는 것과 그 안에서 성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 구속 거부만 가르치고 행위자성(Agency)을 키워주지 않으면 방임과 다르지 않습니다
- 소극적 방기(Passive Neglect)는 학생에게 자유가 아닌 공허함을 남깁니다
- 진짜 교육은 세상을 부정하는 법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적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자기통제와 몰입이 만드는 실제 성장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적당히 열심히 하면 몸도 보존하고 스트레스도 줄어든다'는 시각입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 저도 비슷한 말을 들었습니다. "너무 튀지 마라, 적당히 해라." 그 말이 처음엔 선배의 경험담처럼 들렸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분이 그렇게 살아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이유가 그것이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의 문제로 설명합니다. 자기효능감이란 특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뜻합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 따르면,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더 오래 버티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경험상 이 이론이 현실에서 그대로 작동하는 것을 봤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실제로 뭔가가 달라지기 시작하더군요.
자기통제력(Self-control)도 같은 맥락입니다. 자기통제력이란 단기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고 장기적 목표를 위해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자료를 보면, 자기통제력은 학업 성취, 직업적 성공, 대인관계 만족도 전반에 걸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잠자는 시간이나 식사량조차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면서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단순한 잔소리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몰입(Flow)이라는 개념도 빠질 수 없습니다. 몰입이란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제안한 개념으로, 어떤 활동에 완전히 흡수되어 시간 감각조차 잃어버리는 최적의 경험 상태를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억지로 집중하려고 할 때와 진짜 몰입이 일어났을 때는 결과물의 질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억지 집중은 금방 소진되지만, 몰입은 끝난 뒤에도 오히려 에너지가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재수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성적 그 자체가 아니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됩니다. '조금만 더 독하게 할걸'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몰입의 임계점까지 자신을 밀어붙이지 못했다는 감각 때문입니다. 후회가 남지 않는 지점까지 해봤다면 결과와 무관하게 다음을 향해 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공부만이 아니라 어떤 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독하게 하면 번아웃이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무조건적인 혹독함이 답은 아닙니다. 그러나 번아웃은 대부분 의미 없는 일을 억지로 오래 한 결과이고, 자신이 선택한 목표를 향해 몰입한 경우와는 다릅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 삶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같은 강도의 노력에서도 소진보다 성장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태도가 좋으면 진짜 학벌이나 집안 배경도 극복할 수 있나요?
A. 태도만으로 모든 구조적 격차가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기효능감과 자기통제력이 높은 사람은 같은 조건에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낸다는 연구 결과는 꽤 일관됩니다. 태도가 만능은 아니지만, 현재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있어서 태도만큼 직접적인 변수는 드뭅니다. 저도 이 부분은 조심스럽게 보지만, 적어도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다른 어떤 것도 바뀌기 어렵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Q. 선생님이나 어른의 말이 잘못됐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제 경험상 가장 유용한 기준은 이겁니다. '이 말을 들은 뒤 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는가?' 막연한 해방감이나 위로만 남는다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의 문제를 알려주는 것과, 그 문제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방향을 주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후자가 빠진 조언은 결국 방임에 가깝다고 봅니다.
Q. 몰입(Flow) 상태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요?
A. 몰입은 과제의 난이도와 자신의 능력이 균형을 이룰 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너무 쉬우면 지루하고, 너무 어려우면 불안해지는 지점 사이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몰입을 목표로 삼기보다, 먼저 환경을 정리하고 시작 시간만 정해두는 방식이 도움이 됐습니다. 완벽한 준비보다 작은 시작이 몰입의 문을 여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Q. 공부할 때 독하게 하면 번아웃이 오지 않나요?
A. 번아웃에 관해서는 의견이 나뉩니다. 의미 없이 강요된 노력과, 스스로 선택한 목표를 향한 몰입은 신체적으로 같은 강도라도 경험의 질이 다릅니다. 물론 휴식과 회복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번아웃이 두렵다는 이유로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봅니다. 적어도 한 번은 자신의 임계점을 직접 경험해보는 게 그 두려움을 현실적으로 가늠하는 방법입니다.
결론
그 중학교 과학 선생님을 지금도 나쁜 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분이 전달한 메시지는 결과적으로 많은 친구들에게 방향 없는 자유를 줬고, 저는 그 교실을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 결과를 지켜봤습니다. 세상의 부당함을 인식하는 것과 그 세상에서 가치 있는 삶을 만드는 것은 서로 다른 일입니다. 전자만 있고 후자가 없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 교실이 조용히 증명해줬습니다.
자기통제력, 자기효능감, 몰입. 이 세 가지를 갖춘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갑니다. 저는 지금도 이 세 가지를 스스로에게 계속 묻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에 주인의식이 있는가. 단순히 세상 탓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 제가 아는 가장 현실적인 성장의 방법입니다.
참고 : 한 달이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zTwTxXgfG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