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기 때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었다가 감자도 못 건지고 화상만 입은 기억이 있습니다. 웃기지만, 그게 저의 첫 번째 실패였을 겁니다. 그 이후로도 자전거에서 50번은 넘게 넘어지고, 받아쓰기 두 개 틀려서 혼나고,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고백했다가 차이고, 졸업하고 면접에서 떨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실패들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입니다.
좌절이 무거운 이유,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실패 그 자체보다 그 이후에 찾아오는 감정이 더 힘들다고 느껴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정확히는, 실패의 순간보다 혼자 방 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의 그 무게가 더 컸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학습된 무기력이란, 반복되는 실패 경험이 쌓이면서 "어차피 안 된다"는 신념이 굳어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처음엔 용기 있게 도전했던 사람이, 몇 번의 좌절 끝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별로 실패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솔직히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실패가 없다는 건 결국 도전이 없었다는 뜻이거나, 아주 쉬운 일들만 골라서 했다는 뜻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진짜 난관을 한 번이라도 넘어봤다면, "나는 실패한 적이 없다"는 말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좌절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실패의 크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 실패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즉 귀인 방식(Attribution Style)의 차이였습니다. 귀인 방식이란 어떤 사건의 원인을 자신이 어디에 돌리느냐를 뜻하는 심리학 개념으로, 실패를 내 능력의 한계로 보느냐, 아니면 하나의 과정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후의 행동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실패를 능력의 증거로 읽으면 좌절이 되고, 방법의 문제로 읽으면 교훈이 됩니다.
- 학습된 무기력: 반복 실패로 "어차피 안 된다"는 신념이 굳어지는 상태
- 귀인 방식: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능력으로 보느냐, 방법의 문제로 보느냐의 차이
- 실패 해석의 방향이 이후 행동과 성장 가능성을 결정한다
실패를 버리지 않았더니 성장이 보였습니다
마약을 하던 사장 밑에서 주방을 뛰쳐나와 칼과 조리복을 모두 버린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후 모아둔 돈으로 게임 중독에 빠지고, 친구들과 연락도 끊었습니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실패처럼 보이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두 명의 선배가 그를 다시 세상으로 끌어냈고, 그 중 한 명은 마스터셰프 코리아 지원 공고를 보여주며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포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한마디에 다시 칼을 잡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한 가지를 떠올렸습니다. 저도 자전거를 배울 때 50번 넘게 넘어졌는데, 그 넘어진 횟수가 곧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데이터였습니다. 넘어지지 않았다면 균형을 어떻게 잡는지 영원히 몰랐을 겁니다. 성장심리학(Growth Mindset) 개념으로 설명하자면, 성장심리학이란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노력과 경험을 통해 발전한다는 믿음 체계를 말합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캐럴 드웩(Carol Dweck) 교수가 수십 년 연구 끝에 제시한 개념으로, 실패를 학습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일수록 실제 성과도 높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됐습니다(출처: Stanford University - Carol Dweck Lab).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엔 실패를 모두 '버려야 할 것'으로만 봤는데,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 실패들이 하나같이 지금의 판단 기준이 되어 있었습니다. 요리사가 요리에서 실패한다고 요리 자체가 실패인 건 아니듯, 오늘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말은 그냥 위로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제가 직접 확인한 셈입니다.
기회포착은 준비된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기아타이거즈의 김도영 선수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타율, 홈런, 도루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선수인데, 그 김도영 선수도 타율이 3할 안팎입니다. 10번 타석에 서면 7번은 아웃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를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봅니다. 7번의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에서는 자연스럽게 실패를 용인하는데, 왜 우리 삶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걸까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회가 오면 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준비도(Readiness)라고 부릅니다. 준비도란 개인이 특정 상황이나 기회에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심리적·기술적 상태를 가리킵니다. 가장 두려운 건 기회가 안 오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없는 상태인 것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어떤 일이든 오래 준비해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기회가 오는 순간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인생의 출발선과 결승선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몇 살에 성공했느냐보다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노력했는데 결과가 안 나온다면, 그건 노력이 배신한 게 아니라 아직 운이 오지 않은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갤럽(Gallup)이 전 세계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장기적 성과는 단기 결과보다 지속적인 강점 개발과 몰입도에 훨씬 강하게 연결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Gallup - Employee Engagement). 준비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게 기회를 잡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실수해도 됩니다
성공 확률이 낮으면 대부분 시도하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채용 면접을 처음 떨어졌을 때, 두 번째는 지원서를 내기 전에 이미 포기를 반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렇게 반쯤 포기한 채로 낸 지원서에서 붙은 적이 있었거든요.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어떻든 결과가 달랐던 것입니다.
실수를 피하려는 심리를 실수 회피 편향(Error Avoidance Bias)이라고 합니다. 실수 회피 편향이란 실수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크게 인식하여 도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인지적 경향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편향이 강할수록 경험치가 쌓이지 않고, 결국 성장의 속도 자체가 느려진다는 점입니다. 실수를 많이 한 사람이 결국 더 빠르게 성숙해지는 건 그래서입니다.
제 경우엔 이렇게 정리가 됩니다. 받아쓰기 두 개 틀려서 혼났을 때, 저는 그 이후 받아쓰기를 더 열심히 외웠습니다. 자전거에서 넘어질 때마다 왜 넘어졌는지를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고백했다가 차인 뒤로는 어떻게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 실패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지금 돌아보면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요리하는 또라이"라는 닉네임처럼, 자기가 집중할 때 가장 진짜 자신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 진짜 모습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드러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패를 반복하는데도 교훈을 못 얻는 것 같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혹시 실패 직후에 원인을 기록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같은 실패가 반복된다는 건 첫 번째 실패에서 교훈을 충분히 꺼내지 못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패한 직후 "왜 안 됐지?"를 딱 한 문장이라도 적어두는 습관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저도 그 방법으로 비슷한 실수를 두 번 반복하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Q.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없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맞지 않나요?
A. 노력이 배신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가장 힘들다는 걸 저도 압니다. 다만 노력의 결과가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중요한 건 결과가 나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느냐입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보입니다. 방향이 틀렸다면 조정하되, 준비 자체를 멈추는 것은 가장 아깝습니다.
Q. 성공 확률이 너무 낮아 보이면 시도 자체를 안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A. 3할 타자도 10번 중 7번은 아웃입니다. 성공 확률이 낮다는 건 오히려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드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희박한 확률 안에서도 해내는 사람은 반드시 나옵니다. 그 사람이 되려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수밖에 없습니다. 안 될 것 같아도 일단 두드려보는 것, 그게 출발입니다.
Q. 실패 후 자존감이 너무 낮아졌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저도 면접에서 떨어지고 나서 한동안 다음 지원서를 내지 못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도움이 됐던 건 주변 선배나 지인의 한마디였습니다. 혼자서 끌어안고 있을 때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나면 실패가 조금 더 작아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존감 회복은 다음 도전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돌아보면 제 삶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들은 잘 해냈던 순간이 아니라, 실패하고 나서 다시 일어섰던 순간들이었습니다. 아기 때 감자를 놓쳤던 것부터, 자전거에서 넘어지고 또 넘어졌던 것까지, 그 실패들이 모두 지금의 판단력과 지구력이 되어 있었습니다. 버릴 것이 없었다는 말이 처음엔 그냥 위로처럼 들렸는데,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사실입니다.
지금 실패 앞에 멈춰 서 있다면, 그 실패에서 딱 한 가지 교훈만 꺼내 보십시오. 그게 이미 실패를 재산으로 바꾸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인생의 속도는 각자 다르고,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반드시 찾아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두드리는 것입니다.
참고 : 출발선도 다르지만 결승선도 다르다
https://www.youtube.com/watch?v=oCY8XBISB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