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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때 아버지 사업이 부도났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는 흙수저가 됐고, 친척들은 제 대학 등록금을 두고 노골적으로 핀잔을 줬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컴퓨터 교사로 수백 명의 제자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흙수저 타령이 왜 가장 비싼 핑계인지, 제 경험으로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수저론이 설득력을 잃는 이유
요즘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수저론(spoon theory)이 끊이질 않습니다. 여기서 수저론이란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금수저·흙수저로 나뉜다는 계층 고착화 담론으로, 자신의 실패를 출발선의 불평등 탓으로 귀결시키는 사고방식을 말합니다. 이 논리가 완전히 틀린 건 아닙니다. 실제로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세대 간 소득 탄력성은 0.3 수준으로 소득 계층 이동이 쉽지 않은 편입니다(출처: OECD). 출발선이 다르다는 건 엄연한 팩트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수저론이 가장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행동의 면죄부'가 된다는 점입니다. 고2 때 아버지의 사업이 무너지면서 저도 그 유혹에 빠질 뻔했습니다. '이 집안 형편에 무슨 대학이야'라는 말을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으니까요. 친척들이 제 얼굴 앞에서 "네 등록금 낼 돈 있으면 빚이나 갚아라"고 했을 때, 그냥 주저앉는 게 제일 쉬운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순간 이상하게 오기가 생겼습니다. 흙수저가 마음에 안 들면 뭐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던 거죠. 흙수저를 든 건 제 책임이 아닐 수 있지만, 그 수저로 어떻게 먹느냐는 분명히 제 몫이었습니다.
- 수저론은 구조적 불평등을 설명하는 개념이지, 개인의 행동을 멈추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 출발선의 격차는 인정하되, 그 격차를 '이유'로 쓸지 '동력'으로 쓸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 제 경험상, 환경 탓을 가장 많이 한 시기가 실제로 가장 아무것도 안 한 시기였습니다
임계점을 넘기 전에 포기하는 사람들
대학 시절 저는 카페 알바, 과외, 전단지 배포까지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캠퍼스에서 여유롭게 점심을 먹는 동안, 저는 오후 수업 끝나고 바로 알바 현장으로 뛰어갔습니다. 그 시절 울먹이면서 "이게 뭔가"라고 혼자 중얼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때 제가 붙잡은 개념이 바로 임계점(critical point)입니다. 임계점이란 물리학 용어에서 차용된 개념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누적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전환되는 지점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노력이 결과로 보이지 않는 구간이 반드시 존재하고, 그 구간을 버틴 사람만이 결과를 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임계점 직전에 손을 놓는다는 겁니다.
저도 그 구간이 너무 길어서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스스로에게 건 주문이 있었습니다. "넌 임마, 앞으로 정말 멋진 일을 할 거야." 지금 생각하면 좀 유치하기도 한데, 그 말 한 마디가 실제로 다음 날 아침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이건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기효능감이란 '나는 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반두라(Bandura)의 사회인지이론에서 핵심 개념으로 다루는 변인입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열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컴퓨터 교육에 불타는 열정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 일단 시작하고, 학생들이 "선생님 덕분에 이해했어요"라고 말하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열정이 붙었습니다. 열정은 시작 이전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시작 이후에 생겨나는 결과물이라는 걸 제가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자기효능감을 실전에서 키우는 법
그렇다면 자기효능감은 어떻게 키울까요? 제 경험상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작게 시작해서 성공을 쌓는 것'이었습니다. 대단한 목표를 하루 만에 이루려 하면 반드시 좌절합니다. 저는 대학 시절 하루 알바 목표 금액을 정하고, 그걸 달성하면 작게 자축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성취지만, 그 축적이 "나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내러티브를 만들어줬습니다.
전문가가 되는 것도 비슷합니다. 1~2년의 집중적인 학습만으로도 한 분야의 실질적인 역량을 갖추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저도 교사 자격을 따기 위한 공부를 처음엔 막막하게 시작했지만, 6개월이 지나자 스스로가 달라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느낌 자체가 다시 다음 공부를 당기는 동력이 됐습니다.
또 한 가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태도와 인성이 이렇게 실질적인 기회를 만들어줄 줄은 몰랐습니다. 알바를 하면서 성실하게 웃으면서 일했더니, 카페 사장님이 먼저 "너 앞으로도 계속 나와라"고 했고, 그 경험이 이력서 한 줄 이상의 자신감을 줬습니다. 도움을 주고 싶어지는 사람에게 기회가 모인다는 건, 제 경우에는 꽤 구체적인 팩트였습니다.
한 가지 더 붙이고 싶은 건, 어제와 똑같이 행동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건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현상유지 편향이란 변화에 따른 손실을 이득보다 크게 느끼는 심리적 경향으로, 행동을 억제하는 가장 흔한 내면의 걸림돌입니다. 제 경험상 이 편향을 깨는 데 필요한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그냥 '오늘 딱 하나만 다르게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 작은 성취를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그 성공을 기억에 등록하는 습관이 자기효능감의 기초입니다
- 1~2년의 집중 학습으로 전문성의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고, 돈보다 절실함이 더 강한 연료입니다
- 현상유지 편향을 깨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완벽한 준비' 대신 '오늘의 작은 차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흙수저로 태어나면 진짜 성공하기 어려운 거 아닌가요?
A. 출발선이 다른 건 사실입니다. OECD 데이터도 계층 이동이 쉽지 않다고 보여주니까요.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어렵다'와 '불가능하다'는 전혀 다른 말이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이 오히려 절실함을 만들어주는 연료가 될 수 있다는 걸, 지금은 꽤 확신합니다.
Q. 열정이 없는데 어떻게 시작하나요?
A. 저도 처음부터 열정이 넘쳤던 건 아니었습니다. 시작하고 나서 작은 성과를 경험했을 때 비로소 열정이 생겼습니다. 열정은 시작의 조건이 아니라, 시작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시면 조금 가볍게 첫발을 뗄 수 있지 않을까요?
Q. 열심히 하는데 왜 결과가 안 나오는 걸까요?
A. 임계점을 아직 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력이 결과로 보이지 않는 구간은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제 경우에도 그 구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딱 하루만 더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쌓은 날들이 결국 임계점을 넘게 해줬습니다.
Q. 자기효능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거창한 목표보다 오늘 달성 가능한 작은 목표를 먼저 설정해보시길 권합니다. 미국심리학회(APA) 연구에서도 소규모 성공 경험의 반복이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가장 검증된 방법으로 꼽힙니다. 제 경험상 하루 하나씩 쌓인 작은 성취가 6개월 후 저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줬습니다.
결론
흙수저 타령이 설득력을 갖는 것과 그것이 행동을 멈추는 이유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고2에 가정이 무너지고, 대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도, 결국 지금 제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건 단 하나입니다. 임계점은 반드시 존재하고, 그 직전에 그만두는 사람과 하루 더 버티는 사람의 결말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금 머릿속으로만 고민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오늘 딱 하나만 실제로 움직여보시길 바랍니다. 완벽한 준비는 영원히 오지 않습니다. 제가 그걸 몸으로 배우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참고 : 이 세상은 마인드의 차이야
https://www.youtube.com/watch?v=DESKyFH9Fz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