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결과가 전부라고 믿었습니다. 잘 해냈느냐 못 해냈느냐, 숫자가 올랐느냐 떨어졌느냐.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기준이 저를 얼마나 갉아먹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대한민국의 조직 문화가 여전히 70~80년대식 성장 지표에 묶여 있는 동안, 저는 그 안에서 과정은 없고 결과만 남은 사람처럼 살고 있었습니다.결과주의가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이유대한민국은 1960년대 이후 불과 30년 만에 산업화를 이뤄낸 나라입니다. 그 과정에서 굳어진 사고방식이 바로 결과주의(Resultism)입니다. 여기서 결과주의란 행동의 가치를 오직 최종 산출물로만 평가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전달 대비 몇 퍼센트 성장, 전년도 대비 프로젝트 200% 달성 같은 지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문제는 지금이 2026년이라는..
솔직히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정강이가 부러져 넉 달 깁스를 했던 그 시간이 그렇게 오래 남을 줄 몰랐습니다. 목뼈가 부러져 평생 전신마비 판정을 받고도 치과의사가 된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제가 경험했던 그 넉 달이 갑자기 다른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짧은 불편함이었지만, 그게 제 삶의 방향을 꽤 많이 바꿔놓았거든요.척수손상, 그리고 죽음보다 어려웠던 선택2002년 여름, 치과대학 본과 3학년이던 한 청년이 수영장 다이빙 사고로 경추(목뼈)가 골절되는 척수손상을 입었습니다. 척수손상이란 척추 안쪽을 지나는 신경 다발이 손상되는 것으로, 손상 위치에 따라 팔다리 감각과 운동 기능 전체가 영구적으로 마비될 수 있습니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을 때 목 아래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