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한동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 잘 된다'는 말을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시절 수많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믿음이 얼마나 사람을 조용히 옥죄는지 실감했습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사람을 더 깊은 구렁으로 밀어 넣는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행복이 의무가 된 사회,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제가 대학 다닐 때 유행처럼 번진 책이 있었습니다. '긍정의 힘'류의 자기 계발서들이었는데, 그 책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한결같이 단순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이었죠. 저도 컴공 전공이었지만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왠지 모를 상담가 역할을 맡게 됐는데, 찾아오는 친구들의 말은 거의 판에 박힌 듯 비슷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않지?", "..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장에서 목격한 장면 하나가 제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그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말씀을 20년 가까이 곱씹으면서 저는 점점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성과 감정,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우리가 너무 단순하게 배운 건 아닐까요.이성의 한계: 정답을 찾을수록 멀어지는 것들그날 선생님은 고함을 지르던 아저씨를 보며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렇게 감정이 앞서서는 올바른 일을 하기가 힘들단다."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그 이후로 저는 꽤 오랫동안 감정을 다스리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어른의 덕목이라고 믿었습니다. 공부를 잘해야 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해야 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게 곧 올바른 삶의 ..
나이가 들수록 도파민 수용체는 자연적으로 감소한다. 이건 저도 직접 겪고 나서야 실감한 사실입니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두 달간의 공백이 생겼을 때, 그토록 바라던 자유 시간이 1주일 만에 지겨워졌습니다. 좋아하던 드라마도, 늦잠도, 친구와의 만남도 전부 시시해졌습니다. 성격 탓을 했는데, 알고 보니 뇌가 이미 그 상황에 적응해버린 것이었습니다.쾌락 적응 — 뇌는 행복에도 금방 질린다뇌과학에서 이 현상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입니다. 여기서 쾌락 적응이란, 인간이 아무리 좋은 상황을 맞이해도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원래 기준선으로 되돌아오는 뇌의 자동 조정 메커니즘을 말합니다. 에어컨을 처음 켰을 때 느끼는 시원함이 30분 후엔 사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저..
